
오늘도 어김없이 빈 상자며 빈 병을 현관 앞에 내놓자마자
그 할머니가 다녀가십니다.
이 동네에 이사 와서 바로 오시기
시작했으니까
벌써 수년 째 마주치는 할머니입니다.
처리하기 곤란한 재활용품을 치워주니 고맙다는 생각도 들지만
남루한
옷차림의 할머니에게서 지저분함이 묻어올 것 같아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일렀습니다.
수년째 마주치면서 인사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빈 병, 빈 상자로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가
혹시나 다른 것을 요구할까 봐 하는 걱정이
앞선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초인종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그 할머니였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저는 앞뒤 상황을 알지도 못한 채 불편한 기색부터 드러냈습니다.
"이거..."
할머니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에게 할머니는 말했습니다.
"아까 가져간 상자 안에 이게 들어있더라고, 이 집 거
같아서...."
정신없이 청소하다 흘린 만원이 빈 상자 안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나는 고맙기도 하고 측은한 마음도 들어 할머니께
말했습니다.
"할머니 괜찮으니 그냥 쓰세요."
그러자 할머닌 먼지로 뒤덮인 손을 흔들며
"아냐 난 공짜는 싫어, 그냥 빈
상자만 팔면 충분해." 하시며
만원을 내 손에 쥐여주며 손수레를 끌고 떠나셨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누구보다 깨끗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일하시는 할머니에게
그간 마음으로 쏟아부었던 온갖 생각들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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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 봅니다.
그리고 판단합니다.
들리는 이야기만 듣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하고,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까지 들어본 후에 판단하고 믿어야 합니다.
적어도
사람을 판단함에서는 그래야 합니다.
명언 ----
언제나 초심자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매 순간을 새롭고 신선하게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한 경지를 맛본다.
그처럼 피어오르는 존재의 큰 기쁨은
초심으로부터 온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부터 온다.
– 조셉 골드스타인 –
- 따뜻한 편지; 따뜻한 하루의 글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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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딸이 어느 비오는 날 맛있는 꼬치를 사서 집으로 오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폐지를 잔뜩 묶어 비를 맞으며 쉬고있는 할머니 두 분을 보곤
선뜻 꼬치 드시라고 두 할머니께 드렸다고 한다. 두 할머니를 보곤 그냥 드려야겠단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저는 그게 하나님이 딸에게 그 순간에 주신 예쁜 마음이라고...
좋은 마음으로 잘했다고 칭찬을 듬뿍 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살아있음을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두 할머니의 삶에 가득히 임하셔서 더욱 평안한 삶되길 기도합니다.
댓글 1
전동호 2018.6.1 08:26
거룩.
경외함으로 내가 거룩하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