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알록달록 저마다 고운 옷을 뽐내며 물들어 가는 나무와 같이 성도님도 이 가을 고운 빛깔의 옷을 들어내고 계신지요? 아무쪼록 우리의 신앙이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신앙이 아닌 주님의 빛깔로 곱게 물드는 신앙을 통해 이 가을을 풍성하게 하시길 바라며 에콰도르에서 인사 올립니다.

1. 

1년 내내 거의 계절의 변화가 없다고 하는 이 쿠엥까 지역이지만 미세하게 느껴지는 계절을 보려면 1년이란 시간을 살아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없을 것 같고 느끼지 못할 것 같지만 숨어 있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려면 긴 한해살이를 거쳐야 하는 것이겠지요. 일년 중 제일 춥다는 7, 8, 9월이 지나가고 10월이 흘러가는 이 시점에 집 근 처에 핀 낯 익은 꽃나무가 눈에 들어 옵니다. 제가 남아공에 살 때 봄이 되는 시점에 가장 좋아했던 '자카란다'라는 보라빛 꽃나무가 있었는데 여기에도 그 나무가 동일하게 꽃을 피우며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을 보면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이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되어 기쁨이 배가 됩니다. 낯선 땅에 살아가지만 이 낯선땅에서 낯익은 아름다움을 통해 제 마음을 기쁘게 하시는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와 더불어 긴장한 탓인지 무리한 탓인지 아이들과 이 곳 생활 중 한 번은 거쳐 가야할 신고식처럼 두 주일이 넘게 몸살감기를 경험해 봅니다. 아직도 다 낳은 것은 아니지만 그 토양에 녹아들기 위해 겪게되는 몸 앓이를 겪다보니 한국의 따스한 아랫목에서 몸을 지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래도 이 곳에 온지 얼마 안 된 초년생으로써 이 시간을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이 또한 감사를 드리며 이 순간을 잘 이겨내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기도제목
새로운 토양 새로운 환경 새로운 언어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분주하거나 조급하지 않게 잘 느끼고 잘 받아드려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데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음이 잘 품어 안을 수 있도록 생각이 넓어지고 감사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가족 모두가 일교차가 심한 이곳의 날씨에서 몸이 상하지 않고 건강하도록 고산 증세에서 자유로워지도록 그리고 늘 평안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이 곳에 온지 석달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이 땅에 정착하기 위해서 꼭 넘어야 할 비자라는 커다란 벽 앞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에 있습니다. 이곳은 스페인어권 국가이다보니 모든 서류를 영어나 한국어로 발급 받고 국가간 서류의 유효성을 인증한다는 진위 확인서인 아포스티유를 받은 후에 이를 또 스페인어로 번역하고 공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서류를 준비할 때 영어권 국가에서 서류를 준비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고 기다림이라는 시간 또한 더 할애해야 함을 경험해 봅니다.

기도제목
에콰도르에 거주하기 위한 비자를 받으려면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첫번째는 임시거주비자로써 이 비자를 받고 Cedula(쎄둘라/ 우리나라 시스템으로 따지면 내국인에게는 주민등록증 같은 외국인에게는 외국인 등록증과 같은)라는 제한된 주민증을 받아야 24개월 동안 먼저 에콰도르에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이 임시거주비자와 주민증을 가지고 21개월을 지내게 되면 다음 두 번째 단계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되고 에콰도르에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 비자를 받기 위한 모든 시간과 과정을 위해서 그리고 잘 처리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집 밖으로 나가면 사용해야 하는 스페인어 참 낯설고 힘이 듭니다. 그동안 영어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고였는데 언어구조를 다시 유치원 생 보다 더 못한 상황으로 돌려 놓으니 참 힘이 듭니다. 그래도 언어를 만드시고 흩으신 주님께 간구하며 하루에 몇 단어씩이라도 암기하며 굳어 버린 뇌에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못 외우면 내일 또 외우고 이미 알고 있고 암기한 단어라도 갑작스런 상황에서 바로 입 밖으로 튀어 나오도록 하루에도 수 십번씩 읊조리다 보니 조금씩 제 의사를 표현하게 되는 것을 경험해 봅니다.

기도제목
남아공에서 9년 동안 영어와 아프리칸스어 그리고 코사 언어를 사용하여 선교를 하게 하신 주님이 저와 함께 하시기에 또 다시 다가온 새로운 언어에 대해서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을 믿고 험난하고 힘든 여정이지만 다시 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지금은 수업중에 못 알아듣는 스페인어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언어의 벽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언어의 장벽을 통해 넘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곳 에콰도르에서의 삶에 언어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4. 

비자 처리가 언제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잘 진행이 되어 받게 되면 올해 11월이나 12월 쯤엔 24개월을 머물 수 있는(위에서도 잠시 말씀 드렸던 것 처럼) 임시거주비자와 1차 Cedula(쎄둘라 : 외국인 거주증)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제서야 외국인도 운전면허 시험을 접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되고 스페인어로 된 시험을 통해서 합격이 되면 이 곳에서 운전을 할 수 있고 차도 또한 구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 중에 운전면허 시험을 치뤄야하는 상황입니다.

기도제목
낯선 땅에서 낯선 문화와 언어뿐만 아니라 그 땅의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 참 많은 것을 처리해야 합니다. 어순선한 분위기에 있지만 차근 차근 한 걸음 한 걸음 잘 걸어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전 제가 어렸을 때 유행하던 인형이 있었습니다. 혹시 못난이 인형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1970년대 초반부터 유행하여 각 가정에 하나씩은 장식장에 놓여 있었던 인형이었습니다. 하나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또 하나는 우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다른 또 하나는 화를 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도 물론 있었던 인형이었습니다. 요즘 이 곳 에콰도르에서 생활하면서 이 인형들의 얼굴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많이 경험해 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왜 이 인형들이 유행하였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모두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고 왜 이 인형들의 얼굴들이 떠 오르나 생각해 보니 외국에서 살다보니 저와 저희 가족들의 얼굴 속에 들어나는 희노애락의 얼굴들을 가장 쉽게 표현한 모습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낯 선 땅에 살면서 저희 가족들의 얼굴들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화난 얼굴로 못난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오늘도 평안케하시고 오늘도 위로하시며 오늘도 기쁨을 주시는 주님을 통해서 그분의 고운 빛깔로 물들어 닮아가는 믿음의 가족으로 되어 지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성도님도 저희 가족과 더불어 이 가을 주님의 빛깔로 곱게 물들어 가시길 기도해 보며..,
 

멀리 에콰도르 쿠엥카에서 정대선 최재희 소율 아율 선교사 가족 인사 올립니다.